WordPress.com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느낀 점

사실 WordPress.com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만들어본 것은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나서 가능하면 많은 블로그를 사용해보고 그 중에서 가장 나에게 잘 맞는 블로그를 찾아보겠다는 생각해서 였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블로그는 네이버 블로그, 다음 블로그, 티스토리, 이글루스, 구글 블로거, 텀블러, 설치형 워드프레스, 가입형 워드프레스, 텍스트패턴, fc2 블로그 등등 이었다. 모두 각각의 장단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블로그가 다른 블로그에 비해 우월하다는 말은 여기서 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여러가지 블로그들을 사용해보면서 WordPress.com 블로그가 그런 블로그들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부분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 지, 또 어떤 부분은 부족하다고 느껴졌는 지 얘기해 보려고 한다.

처음 WordPress.com 블로그를 사용한 것은 설치형 워드프레스를 사용한 후였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워드프레스의 기준은 설치형 워드프레스 였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WordPress.com 블로그를 사용하고나서 느낀 점은 불편함이었다. 원래 워드프레스의 테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잠깐동안의 구글링을 통해서도 꽤 괜찮아 보이는 무료 테마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고, 조금 돈을 들이면 정말 멋진 테마도 구할 수 있다. 또한 플러그인 역시 수없이 많아서 오히려 어떤 플러그인을 써야할 지 고르는 것이 힘들 정도이다.

그래서 사용할 수 있는 테마도 WordPress.com 에서 지정한 것만 쓸 수 있고, 플러그인 역시 지정한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전혀 사용할 수 없는 WordPress.com 블로그는 상당히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거기다 보안문제 때문인지, 글을 쓸 때 제한된 HTML 태그가 상당히 많은 것도 불편한 점이었다. embed 태그나 object 태그등을 쓸 수 없으니 jwplayer와 같은 외부 재생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불편했다. 물론 동영상을 글에 넣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등 유명 서비스의 공유 주소만 넣어주면 자동으로 글에 동영상이 넣어진다. 웹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편리한 방식이다. 다만 워드프레스에서 제공하는 기능의 범위를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서 답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WordPress.com 의 가격 체계는 꽤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특히 블로그라는 것은 무료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한국에서 운영되는 블로그 중에 유료로 운영되는 블로그는 전무하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의 경우 도메인 연결도 무료로 지원하고, 이미지등의 파일을 올릴 수 있는 용량도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반면 WordPress.com 블로그는 무료 사용자에게는 제한된 기능들이 상당히 많다. 도메인 연결이니 CSS 수정, 폰트 수정등의 기능을 사용하려면 따로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파일을 올릴 수 있는 공간도 무료 사용자에게는 3GB가 주어지고 그 이상의 파일을 올리려고 할 때는 또 비용을 들여야 한다. 결국 티스토리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기능들을 모두 사용하려면 1년에 99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 1년에 12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WordPress.com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WordPress.com 블로그만의 장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WordPress.com 은 현재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블로그 플랫폼이다. 워드프레스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어서 일반인 개발자의 수도 상당하고, 워드프레스를 소유하고 있는 Automatic사 역시 열정적으로 워드프레스의 개발에 힘쓰고 있어서 그 어떤 블로그 플랫폼들보다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블로그에 대한 열기는 식어가고 SNS에 열기는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 듯 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진 사이트가 늘어가는 것에는, 변화하는 유행에 맞춰 워드프레스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가 뜨면서 블로그 역시 SNS와의 연결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는데, 워드프레스는 그런 부분에서 가장 편리한 블로그 플랫폼이다.

그런면에서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자신의 블로그 데이터를 지속시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별로 없다. 현재로선 블로그 플랫폼 중에서 가장 망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 워드프레스이고, 만약 워드프레스에서 다른 블로그로 넘어간다고 할 때에도 대부분의 블로그에서 워드프레스의 데이터를 import 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블로그는 그 서비스가 언제 중단될 지 알 수 없다. 예전에 텍스트큐브닷컴이 구글에 인수된 지 얼마후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얼마전 파란도 블로그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는 블로그 자체로는 수익 구조가 전혀 없다시피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블로그는 모두 무료로 제공되므로, 실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실질적인 수입이 되는 것이 없다. 그나마 네이버 블로그는 특유의 가두리 양식장 방식의 포털서비스 운영에 블로그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고, 네이버가 자금이 부족한 회사도 아니므로 한국 블로그들 중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중단할 가능성이 가장 낮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에 WordPress.com 은 수익구조가 명확하다. 무료 사용자에게 상당한 제한을 줘서 결국 유료 사용자로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구조인데, 생각보다 그것이 잘 먹히는 듯 하다. WordPress.com 의 매출이 꽤 된다는 기사도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결국 이런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하면,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내가 남긴 기록들이 보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블로그를 선택한다면 단연 워드프레스가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인터넷상의 워드프레스 사이트의 상당수는 설치형 워드프레스이다. 많은 부분에서 설치형 워드프레스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WordPress.com 블로그에서 완전한 기능을 사용하려면 12만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그 금액이면 웹호스팅을 구해서 워드프레스를 설치해서 사용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설치형 워드프레스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미국의 블루호스트에서는 무제한 호스팅을 한 달에 4달러 정도에 제공한다. 1년에 50달러 정도니, 6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당연히 설치형 워드프레스에서는 CSS 수정이나 폰트 수정등이 자유롭고, 무제한 호스팅이니 파일 용량의 제한도 거의 없다. 결국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려면 설치형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우선 설치형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는 것이 초보자에게 그리 쉬운 일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워드프레스를 웹호스팅에 설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워드프레스에서 자주 강조하는 5분 설치라는 것이 있는데, 실제로 익숙해지면 그보다도 더 빨리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요즘 대부분의 웹호스팅 업체가 워드프레스 설치에 최적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호스팅 업체도 꽤 있다. 그 때문에 정상적으로 워드프레스가 설치되지 않아서 고생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의 웹호스팅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 편이라서, 하나의 서버에 수많은 사용자를 우겨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검색봇을 막는 경우도 있고, 같은 서버내의 다른 사용자가 서버의 자원을 많이 소모해서 내 블로그도 함께 느려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호스팅 업체가 관리를 잘하지 못해서 블로그에 간헐적으로 접속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외국 호스팅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보니 괜찮은 웹호스팅 업체를 찾는 것도 하나의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앞에서 블루호스트와 같은 외국 웹호스팅 업체들이 무제한 호스팅을 한 달에 단 4달러에 제공한다고 언급했었지만, 그것은 빛좋은 개살구 같은 것이다. 실제로 블로그의 방문자가 늘어나고 블로그가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경우, 더 높은 단계의 호스팅으로 넘어가야만 한다는 연락이 오게된다. 블루호스트의 경우 그 윗단계인 프로 패키지의 경우 매 달 $25 정도를 내야한다. 결국 트래픽이 높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설치형 워드프레스를 운영하는 비용이 가입형 워드프레스를 운영하는 비용보다 훨씬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설치형 워드프레스는 설치만 하면 그걸로 신경쓸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WordPress.com에는 기본적으로 선택되어 있는 테마와 플러그인들이 있어서 그냥 주어지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설치형 워드프레스는 테마를 직접 구해서 적용해봐야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할 것이,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수많은 워드프레스 테마를 찾을 수가 있는데, WordPress.org에서 제공하는 테마가 아닌 경우에는 테마에 워드프레스를 망가뜨릴 수 있는 코드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해킹을 위한 코드를 심어놓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무료로 쓸 수 있다고 해서 마음놓고 무료 테마를 받아서 쓰는 것은 조심해야할 일이다.

플러그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워드프레스의 플러그인은 현재 25000여개가 있다. 같은 기능을 하는 플러그인도 여러 개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을 지 선택하는 것도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또한 플러그인을 꼭 워드프레스에 정통한 전문가만 만들어서 등록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전문가가 얼렁뚱땅 만들어서 올린 플러그인 때문에 워드프레스 전체가 꼬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평이 좋은 괜찮은 플러그인일지라도 다른 플러그인과 함께 설치했을 때 서로 충돌이 나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에는 썸네일을 만드는 라이브러리로 유명한 tim thumb 라이브러리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는데, 워드프레스의 썸네일 관련 플러그인 중 많은 수가 tim thumb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워드프레스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플러그인의 작동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의 대부분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라서 지속적인 플러그인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워드프레스를 업데이트 했다가 이상 작동하는 플러그인 때문에 정상적인 블로그 운영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이처럼 설치형 워드프레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신경쓸 일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사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해킹을 어떻게 방어해야하는지, 워드프레스의 플러그인 중에서는 어떤 것들이 괜찮고 또 잘 어울리는지, 테마 중에서는 어떤 것이 나에게 잘 맞고 안전한 테마인지, 이런 것들을 모두 신경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기를 원해서 블로그를 운영할 것이도,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블로그를 운영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취미 생활 정도로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자신의 글을 인터넷에 남기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사람들에게, 그리고 가능하면 그 글들이 인터넷상에 오랜 시간동안 남아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입형 워드프레스는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